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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택시 타던 날

이글은 청주주보(천주교)에 실린 글을 옮겼습니다 

 

택시 타던 날                     글/권명자 로사/수필가

 

시내버스에서 내려 환승을 하려다가 급한 마음에 "빈차"라고 불을 밝힌 택시를 탔습니다.

큰소리로 행선지를 말하고 차에 오르고 보니 운전기사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온 몸을 흔들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제가 보기에는 중증 장애인 입니다.

바지를 걷어 올리기도 하고 손을 들어 휘젓기도 하고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너무나

바쁘고 힘들어 보입니다.

겁이 나서 비치된 면허증에 눈길이 갑니다.

면허가 있으니 믿음은 가지만 앞자리의 의자 등받이를 꽉 붙들고 앞뒤로 흔들거리며

놀이동산의 말을 탄 묘한 기분입니다.

기사님도 내 눈치만 볼 것만 같아 못 본 체 천연한 척 하고 있어도 어두운 밤에 빙판길로

낯선 곳을 찾아가려니 차가 빨강색 신호등 앞에 멈출때마다 내리고 싶은 유혹에

마음이 산란합니다.

마음을 추스리고 생각에 잠깁니다.

이분이 운전 면허증을 획득하기 위하여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택시를 운행하기까지 겪었을 몸과 마음의 고통,

시련을 딛고 일어섰을 때의 기쁨

손님을 태울 때마다 느낄 만만찮은 심증을 헤아립니다.

또한 집을 나설 때마다 얼마니 간절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할까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거스름돈을 건네주며 인사를 합니다

그냥 주고 싶었지만 자존심을 건드릴까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 합니다" 라고

웃으며 받아들었습니다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며 마음이 아픕니다.

다른 차로 갈아 타지 않고 와서,도움을 주게 되었다는 착각을 하며

안절부절 했던 마음은 감사합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상인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기는 장애인들을 보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어려움이 닥치거나 힘들 때마다 피하고 싶던 일들이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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