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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필요한 자료

비조 란?

1690년에 출간된 <역어유해>에 따르면..
'비누'의 옛말 '비노'는 한자어 '조각(早角)'과 '비조(肥早)'에 대한 풀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조'字는 '하인 조, 검을 조'의 뜻으로 '흰백(白)자에 열십(十)'자가 합친 것인데..
그런 한자를 컴퓨터로 쓸 수가 없어서 일단 날일(日)자에 열십(十)자를 쓴 '이를 조(早)' 자로 썼습니다..)

'조각(早角)'이란 '쥐엄나무(또는 주엽나무)'를 말하는데..
쥐엄나무 가시인 '조각자'는 주로 한방(韓方)에서 부스럼 따위를 치료하는 재료로 사용합니다..

'비조(肥早)'란 당시 한자어로 '비누'를 뜻하는 말로서 현대 중국어에서도 'soap'를 의미합니다..

이때의 '肥'는 지방 혹은 동물의 굳기름을 의미하고..
'조(白+十)'는 '하인' 또는 '검은 것'을 말합니다..

눈치 빠른 분은 대략 알아채셨겠지만..
옛날에는 비누를 돼지 기름으로 만들어 썼답니다..
그리고 그 색깔은 검은 색의 투박하고 각진 덩어리이지요..

'비조'란 바로 이 검고 각진 덩어리로서 몸에 묻은 기름이나 때 따위를 빼는 데 사용하는 물건이지요..

여기서 문제는 어떤 경로에서..
중국어 '비조'가 우리말 '비노'가 되었는지를 밝히는 일입니다..

제 생각에는..
'하인' 혹은 '검은 색'을 의미하던 '早(白+十)'는 주로 남자종을 뜻하는데.. 그 의미가 '노(奴)'와 상통하는 데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볼 수 있을 듯합니다..

즉 당시에는 '하인'을 뜻하던 '조(早)'는 거의 쓰이지 않고 주로 '노(奴)'를 썼기 때문에..
의미가 비슷한 단어를 섞어 쓰는 한자어의 전주법(轉注法)에 의해 '비조(肥早)'를 '비노(肥奴)'로 쓰고 읽은 게 아닌가 합니다..

어떤 기록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말하는 비누(soap)는 하멜이 우리 나라에 처음 전해 주었다고 합니다..
1653년 우리나라에 표류하였다가 1666년까지 14년간 억류되어 있던 기간 동안의 일을 기록하여..
서방에 우리 나라를 알린 하멜이 우리 나라에 'soap'를 처음 전해 주었다면..
'비노'라는 단어는 적어도 17세기 후반에나 쓰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역어유해가 1690년에 출간되었으니 시기적으로도 얼핏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위와 같이 본래 중국에서 사용되었던 '비조'와 관련하여 볼 때..
'비누'는 적어도 17세기 후반보다는 앞선 시기에 우리말에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즉 위에서 언급한 대로.. '비조(肥早)'에 대한 전주법에 의해 '비노(肥奴)'가 형성되었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예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비루 먹다'라는 말입니다..
'비루 먹은 말, 비루 오른 강아지'와 같은 용법으로 쓰이는 '비루'라는 말은..
" 개나 말, 나귀 따위의 피부가 헐고 털이 빠지는 병"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미 16세기의 <번역박통사>나 <번역노걸대>에도 나오는 말로서 '비로'로도 쓰였습니다..

왜 이 '비루'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하느냐면..
바로 '비누'의 어원 가운데 첫번째 예.. '조각(早角)'의 의미와 관련해서입니다..
이미 밝혔듯이 '조각'은 '쥐엄나무'를 말하며 '조각자'라 하면 '쥐엄나무의 가시'를 갈아 만든 것으로서 주로 부스럼 따위를 치료하는데 쓰는 가루약을 말합니다..

동물의 몸에 피부병이 났을 때 일어나는 부스럼을 뜻하는 말(비루/비로)과..
부스럼을 치료하는 가루약인 조각(早角)을 뜻하는 말(비노)과..
때나 기름을 제거하는 검은 굳기름(肥早)을 뜻하는 말(비노)가..

정확히 어떠한 어원적 관련을 갖는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지만..
제 생각에는 이들이 모두 같은 어원으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녹두가루나 팥가루는 아직 비누가 등장하기 이전에 우리 나라에서 사용하던 비누 대용품이지 비누 그 자체는 아닙니다..

<출처-한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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