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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소묘 - 김춘수

꽃의 소묘 / 김춘수


1
꽃이여, 네가 입김으로
대낮에 불을 밝히면
환히 금빛으로 열리는 가장자리,
빛깔이며 향기며
花紛이며...... 나비며 나비며
축제의 날은 그러나
먼 추억으로서만 온다.

나의 추억 위에는 꽃이여,
네가 머금은 이슬의 한 방울이
떨어진다.

2
사랑의 불 속에서도
나는 외롭고 슬펐다.

사랑도 없이
스스로를 불태우고도
죽지 않는 알몸으로 미소하는
꽃이여,
눈부신 순금의 阡의 눈이여,
나는 싸늘하게 굳어서
돌이 되는데,

3
네 미소의 가장자리를
어떤 사랑스런 꿈도
침범할 수는 없다.

금술 은술을 늘이운
머리에 칠보화관을 쓰고
그 아가씨도
新婦가 되어 울며 떠났다.

꽃이여, 너는
아가씨들의 肝을
쪼아먹는다.

4
너의 미소는 마침내
갈 수 없는 하늘에
별이 되어 박힌다.

멀고 먼 곳에서
너는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나의 추억 위에는 꽃이여,
네가 머금은 이슬의 한 방울이
떨어진다.
너를 향하여 나는
외로움과 슬픔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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