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GUE야
김 수 영
VOGUE야 넌 잡지가 아냐
섹스도 아냐 唯物論도 아냐 羨望조차도
아냐---羨望이란 어지간히 따라갈 가망성이 있는
상대자에 대한 시기심이 아니냐, 그러니까 너는
羨望도 아냐
마룻바닥에 깐 비니루 장판에 구공탄을 떨어뜨려
탄 자국, 내 구두에 묻은 흙, 변두리의 진흙,
그런 가슴의 죽음의 표식만을 지켜온,
밑바닥만을 보아온, 빈곤에 마비된 눈에
하늘을 가리켜주는 잡지
VOGUE야
신성을 지키는 시인의 자리 위에 또하나
넓은 자리가 있었던 것을 자식한테
가르쳐주지 않은 죄---그 죄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시달리면서도 그것을 몰랐다
VOGUE야 너의 세계에 스크린을 친 죄,
아이들의 눈을 막은 죄---그 죄의 앙갚음
VOGUE야
그리고 아들아 나는 아직도 너에게 할 말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안한다
안하기로 했다 안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에게도 엄마에게도 모든
아버지보다 돈많은 사람들에게도
아버지 자신에게도
<196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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