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부터 전국사찰의 인경 작업을 불교문화재 연구소에서 하고 있다
취묵향 공방에서는 송연먹물을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아래 사진의 까만 먹물병이 공방의 생산 먹물
[한겨레] 문화재청, 목판 보존·활용작업
국내 세번째로 송광사서 ‘인경’
소나무 향기가 진동했다. 칠흑같은 먹물을 수백년 전 부처님 말씀들을 새긴 목판에 이리저리 바르면서 풍겨나오는 냄새다. 소나무 태운 재로 만든 국내 최고의 먹 송연묵을 갈아 만든 이 먹물을 수백년 묵은 나무 경판에 바르고 또 바른 뒤 닥종이 한지에 찍어낸다. 이름하여 인경 작업이다.
11일 낮 전남 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에서 수백년 묵은 절의 경판을 닥종이로 찍는 인경 작업이 언론에 공개됐다. 작업을 벌인 이는 50년 나라 안 방방곡곡의 사찰들을 돌며 불교 경판만 찍은 국내 유일한 원로 인경장인인 변영재(67)씨. 이 절의 보물인 화엄경판과 아미타부처님의 염불왕생첩경도 경판을 닥종이에 대고 사람 머리카락들로 만든 솔 마렵으로 이리저리 정성껏 문지른 뒤 계속 찍어 내보였다.
이날 공개 인경 작업은 문화재청과 조계종불교문화재연구소가 목판의 제대로 된 보존과 활용을 위해 올해부터 시작한 전국 사찰 목판 인출 사업의 일부분이다. 화엄사, 대흥사에 이어, 국내 사찰 중 해인사 다음으로 많은 불교 경판을 소장한 법보사찰 송광사에서 5일부터 인출 작업을 시작했다. 변씨와 불교문화재연구소 팀은 다음주(20일)까지 20종 615판의 절 소장 경판을 각 경판당 3질씩 닥종이에 찍어 옮길 예정이다. 불교 경판을 찍는 인경 작업은 경판의 보존상태를 확인함은 물론 불법을 세상에 알기 쉽게 전하는 본래 기능에 걸맞는 작업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소 쪽은 “이런 작업들을 거듭해 가장 적합한 전통 인출기법을 재현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불교 경판의 최고 정수인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새 인경사업을 벌이는 것까지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천 송광사/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