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닥에 대하여

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 뿐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사랑하는 사람   (0) 2011.12.03
정호승 수선화에게  (0) 2011.12.03
정호승의 산산조각  (0) 2011.12.03
춘야안도이원서  (0) 2009.12.08
귀전원거   (0) 2009.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