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사신(以形寫神).이는 형상으로써 정신을 그린다는 말로써 동진 때 고개지가 말했다.
그는 정신이라는 것은 객관사물의 형상 가운데 존재하고 정신은 이러한 형상을 통해서 표현하는
것인데, 형상이 없으면 정신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형상과 정신은 모순의 통일체라고 보았다.
고개지는 그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정신을 전는 것(傳神)이라 했고 그 방법으로 이형사신을 말한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형이라는 수단을 통해서(以形)자신이 추구하는 내면의 가치를 드러내는
점이다(寫神).
당연한 말이겠지만 예술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작가의 정신세계나 예술철학이다.
이러한 이념을 독백과 같이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소통 가능한 구체적 대상을 빌어서 표현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추상적인 관념을 추상적으로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고 또한 개관 대상 자체를 설명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자신의 정신가치를 소통 가능한 일상적 대상을 통해서 드러낸다는 말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추상을 추상으로 표현하기보다 이해와 소통 가능한 대상을 통해서 표현하려고 해왔다.
고개지는 주로 인물을 통해서 이를 표현했는데 특히 표현하려는 인물과 환경 의 관계를 중시 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특정한 사회생활과 자연환경 속에서 활동 한다.
한 개인이 처한 각각의 환경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사상과 감정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림에 있어서도 통상적으로 말하는 배경이나 소도구 등도 환경 중의 일부분인데 이는 협의의 환경이라
말할 수 있다.
고개지는 더 나아가 인물과 환경의 관계도 중요시 하였다.
고개지의 이 같은 제안 이후 전신론이나 이형사신 등의 개념은 산수로 확대되어 더욱 정교하게
발전되어 내려왔다.
주로 한국화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해당되겠지만, 이와 같이 고전을 통해서 작가의 예술정신을 형성하고
이를 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현실을 드러내는 고민사이에 심각한 괴리현상이 집단적으로, 장기적으로
이어오고 있다는 점은 한국화단의 장기적 침체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완결된 형식을 답습하므로 해서 자신도 그 정신의 체득자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닌지, 고전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대가들이 지금 우리의 동시대의 작품을 발표한다면 어떠한 작업을 보여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들이 자신들의 지고한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과거의 형식을 통해서 현실을 설명하려고
하는 태도가 가능 한지를 자문자답 해보는 것이 당장에 붓을 드는 것보다 더 시급한 듯 하다 .
최도송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