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령조(打令調) 1 / 김춘수
사랑이여, 너는
어둠의 변두리를 돌고 돌다가
새벽녘에서
그리운 그이의
겨우 콧잔등이나 입 언저리를 발견(發見)하고
먼동이 틀 때까지 눈이 밝아 오다가
눈이 밝아 오다가, 이른 아침에
파이프나 입에 물고
어슬렁어슬렁 집을 나간 그이가
밤, 자정(子正)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둠의 변두리를 돌고 돌다가
먼동이 틀 때까지 사랑이여, 너는
얼마만큼 달아서 병(病)이 되는가,
병(病)이 되며는
무당(巫堂)을 불러다 굿을 하는가,
넋이야 넋이로다 넋반에 담고
타고동동(打鼓冬冬) 타고동동(打鼓冬冬) 구슬채찍 휘두르며
역귀신(役鬼神)하는가,
아니면, 모가지에 칼을 쓴 춘향(春香)이처럼
머리칼 열 발이나 풀어뜨리고
저승의 산하(山河)나 바라보는가,
사랑이여, 너는
어둠의 변두리를 돌고 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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